표면적으로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는 왕과 신하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궁궐이라는 작은 우주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 움직였던 수많은 인물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궁중내시는 가장 오랜 시간 왕실을 지켜온 존재입니다. 왕과 후궁, 대비, 상궁, 궁녀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위계와 규율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내시의 조용한 조율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궁중내시를 보조적인 역할이나 수동적인 아랫사람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내시는 단순히 궁궐 내부의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왕의 일정을 조정하고 왕의 사적인 감정을 읽고 비공식적인 결정을 수행하는 보이지 않는 관리자였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조선 궁궐에서 궁중내시라는 존재가 아예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